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을 미디어에서 익히 들어왔지만, 일상에서 크게 느껴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좋아하는 연예인이 라오스에 기부도 하고 봉사를 다녀왔다. 이에 영향을 받아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을 한 번쯤은 직접 증명하고 싶어져 기부처를 알아보던 도중, 서강 HABIT CLUB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다. 30분 운동하기와 7시 기상은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을 것 같았고, 일기를 쓰며 자신을 돌아본다는 룸메이트의 영향을 받아 감사 일기를 선택했다.
감사 일기를 시작하기 전에 목표를 세웠다. 나에게 형식적이고 피상적인 감사와 하향 비교식의 감사는 허락하지 않기로 했다. 단순히 날씨 이야기, 맛있는 밥 이야기만 하면 쉽고 편하겠지만 궁극적으로 내 삶을 더 깊고 윤택하게 만드는 감사는 아니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신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발생하는 사건들과 상호작용 속에서 감사할 점을 발견하기로 했다. 제약을 걸어두니 예상한 대로 쉽지만은 않았다. 하루가 정말 힘들었던 날은 일기에 불평만 적어버리고 싶었고, 쓰는 데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면서 괜히 미루고 싶은 날들도 많았다. (이런 사유들로 인해 50회 중 44회밖에 참여하지 못했는데, 50회를 모두 채우신 분들을 보며 많이 반성했다)
그래도 하루의 마무리를 감사로 하겠다는 노력과 더불어 기부처의 누군가를 생각하며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했다. 기쁜 날은 기쁜 일에 감사하고, 나쁜 날은 나쁜 와중에라도 작게 감사할 부분을 찾아보았다. 억지로 감사한 일을 꾸며내기보단 일상에 충실하고 싶었다. 남을 위한 일기이기도 하지만 나를 위한 일기이기도 하니까. 평소 다이어리 꾸미기 같은 것도 안 하고, 일기도 안 쓰고, 인스타그램도 그저 사진만 올리던 나였지만 감사 일기 프로젝트를 통해 사소한 것부터 거창한 것까지 글로 기록하는 행위 자체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감사 일기를 쓰며 무엇이 이전과 달라졌느냐 묻는다면 정확히 콕 짚어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자기효능감, 자존감과 같이 심리학적 용어를 써서 잘 설명할 수도 있겠으나 나에게 일어난 변화는 아주 작고 모호해서 거창한 학술적 용어를 붙여도 될지 모르겠다. 다만 감사 일기를 쓰는 그 순간만이라도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다는 기분을 느꼈고, 또한 그것이 오롯이 내 행동과 책임으로 실현됨을 깨달았다. 기부처가 정해지고 나니 이 긍정적인 부담감을 더욱이 체감할 수 있었다. 감사 일기를 쓰며 지나온 시간이 나를 더 단단하고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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