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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 전보다 나아진 나




2022년을 화려하게 망쳤다. 자격증 준비를 하겠다고 휴학했던 1년의 시간은 자기통제 실패로 어영부영 흘러가버렸다. 특히 지난 1년을 돌아봤을 때 제일 싫었던 기간은 연말이었는데,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공부해봤자 어차피 합격할 수 없으니 뭘 해도 소용없다는 무력감에 빠져 생활 전반에 대한 최소한의 규칙도 세워두지 않고 매일매일 그날의 충동대로 행동하면서 시간을 버려왔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살다 2023년이 되었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2023년마저 같은 경로로 빠지게 둘 순 없었다. 많은 학생들이 ‘조금만 더 쉬고 정각이 되면 공부 시작할 거야’라며 할 일을 미루듯이, 작년 말의 나는 ‘다시 새해로 돌아간다면 열심히 할 텐데’, ‘내년 시작하면 진짜 빡세게 해야지’라며 변명하고 핑계대며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2023년 말의 내가 똑같이 추잡한 변명을 하는 꼴을 보기는 싫었다.


하지만 새해가 되었다고 해서 행동 없는 다짐만으로는 사람이 한순간에 달라질 수는 없는 법이었다. 안일하게 1월을 보낸 나는 내심 ‘어차피 개강은 3월이니까 그 전까진 해이하게 지내도 되지 않을까?’하는 몹쓸 생각과 ‘또 작년과 같은 모습을 반복할 거야?’하는 죄책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2월을 맞이하였다. 나는 스스로에게 너무 관대한 사람이기 때문에, 혼자서는 습관을 잡기 힘들 것 같았다. 때문에 혹시 학교 내에 생활습관 혹은 공부시간 인증 오픈카톡방이 있을까 하여 학교 커뮤니티를 들락거리던 중 해빗 클럽 참가자 모집글을 발견하였다. 마침 올해는 기상-아침운동-공부-저녁운동-취침의 순으로 일상을 운영할 계획이었고, 또 작년의 생활로 인해 고등학교 때의 몸무게로 회귀해버렸기 때문에 매일 30분 운동하기 클럽에 가입하기로 결정하였다.



프로젝트를 통해서 나는 중간에 무너져도 끝까지 완주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사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만 해도, ‘주말 제외 평일만 인증하는 거라면 할 만해! 프로젝트 기간 동안 매일 인증해보겠어!’하는 다짐으로 시작했다. 야심찬 목표를 세웠기 때문인지, 1주차 때부터 한 번의 인증을 빠지게 된 게 첫 번째 위기였다. 벌써 목표 달성에 실패하게 되었으니까. 더구나 인증한 4번도 처음에 계획했던 ‘아침 5:00에 기상 후 30분 운동&밤 9:30에 40~50분 운동한 후 취침’ 이대로의 운동 기록이었던 적은 손에 꼽았다. 막상 운동할 시간이 되면 미적거렸던 게 그 이유였다. ‘그래도 이 정도면 준수하지. 뭐 한 번도 안 빠지고 인증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어?’라는 마음으로 2주차를 시작했지만, 이때도 매일 인증에는 실패하였고, 3주차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때는 정말 스스로가 부끄러웠는데, 어떻게 된 애가 작년을 그렇게 말아먹고도 정신 못 차리나, 혹독한 다이어트를 하라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도 못하면 정말 스스로 이뤄낼 수 있는 일이 뭘까, 이게 사람인가?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중간엔 ‘아 쪽팔린데 그냥 톡방을 나갈까?’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에도 꾸준히 톡방에 다른 참가자들의 인증 사진이 올라오는 게 보였다. 이대로 톡방을 나간다면 진짜 내가 내 스스로를 포기하는 것 같았고, 그건 너무 싫었다. 그래서 그냥 했다. 매주 초마다 올라오는 누적 달성표에서 내 목표였던 인증 횟수와 실제 인증 횟수를 비교하고, 또 다른 참가자들과 내 걸 비교하면 좀 많이 민망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멈춰버리면 진짜 말할 수 없이 스스로에게 부끄러워지겠구나 싶었다.



프로젝트가 종료된 지금, 내 달성률은 처음 목표에 한참 못 미친다. 30회 초중반 정도 인증한 것 같으니, 한 60% 인증한 셈이다. 그래도 목표 달성 실패의 아쉬움보다는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길 정말 잘했다며 기뻐하는 마음이 크다. 작년의 나는 같은 10주 동안 30회 이상 운동하지 않았음을 알기 때문이다. 확실히 지난 10주동안의 나는 그 전 10주의 나보다 나아졌다! 또 10주 동안 새삼 체감한 한 가지 사실은, 끝까지 가보지 전까지는 결과를 모르니 아쉬워할 시간에 그냥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매주 누적 달성표를 보면 아무래도 다른 분들의 기록도 구경하게 되는데, 중반까지만 해도 어떤 분이 나보다 인증 횟수가 높아 대단하다고 감탄했었는데, 최종 인증 횟수는 내가 더 높은 걸 발견했다. 해빗 클럽은 지난주로 끝났지만, 다음 10주 동안 개인적으로(사실 맘 같아서는 운영진분들께 한 번 더 하면 안되냐고 조르고 싶다) 운동을 포함해서 꾸준히 내가 습관화해야 할 몇 가지 일들을 기록해볼 생각이다. 9월의 내 목표 달성률은 80%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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