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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하루를 제대로 살고 싶다면 당장 이불부터 제대로 개라"





시작의 계기

사실 나는 이전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하루 30분 운동을 꾸준히 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었는데 이 때의 기억이 꽤 좋았다. 열심히 다이어트에 박차를 가할 때이기도 했어서 ‘어차피 운동할 건데 까짓 거 30분 기록만 하면 되는 거잖아’라는 심정으로 참여를 했던 것이다. 비록 기록을 남기는 것을 깜빡한 때도 있었지만 운동을 빼먹고 싶은 날에도 ‘그래 30분만 해보자’라며 몸을 움직이게 되었고 해당 기간동안 약 5kg을 감량했던 것이다.

작년 프로그램 참여의 기억도 있고, 더군다나 올해는 학업과 일의 병행으로 어차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프로그램까지 참여해서 기부하면 좋은 일 아닌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아침 6시에 일어날 작정이었는데 7시 기상이면 오히려 도전하기도 쉽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3월 25일부터 5월 말일까지 10주 간의 도전이 시작되었다.


시작 주차

시작 주차에는 역시 예상대로 편한 도전의 시작이었다. ‘6시 기상인데 7시쯤이야 누워서 떡 먹기이지.’라는 생각대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인증에 성공했다. 당시에는 아직 학교에서 과제가 폭발적으로 나오기도 전이라서 밤샐 일도 없고, 건강과 컨디션 상태도 좋았던 탓도 있었다.

단순한 자만심은 아니었다. 매일 인증이 이뤄지는 단톡방에서 얼굴도 모르는 동료들과 인증 릴레이를 하고 있자니 ‘질 수 없다’는 마음도 들었다. 시작 주차부터 기분 좋기 시작한 인증은 4월 내내 잘 이어지게 되었다.


4월

 4월에는 개인적으로 다양한 일이 있었다. 학업과 병행으로 일을 하던 직장에서 계약 관계에 문제가 퇴사할 위기가 닥친 것이다. 당시 평일이면 하루에 3~4시간 씩만 잠을 잘 수 있어서 건강 상태도 많이 안 좋아졌고, 과제가 쏟아지고 시험 기간이 겹치면서 신경 쓸 일이 막중하게 늘어난 것이다. 정작 나는 느끼지 못했지만 만나던 친구들마다 안색이 안 좋아졌다고 말할 정도였다. 심지어 체중도 4kg 정도 급감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그래도 이상할 정도로 생활 패턴은 잘 유지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해빗클럽에 참여한 것이 상당히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매일 인증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고, 인증하는 단톡방 동료들 중에는 아침부터 운동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저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질 수 없지’라는 마음도 들었던 것 같다. 이런 마음은 당시 내가 인증을 올린 횟수에서도 드러나는데 주에 한 두번 깜빡하거나 늦잠으로 빼먹는 일이 있어도 꾸준히 업로드를 했던 기록이 있다.

덕분에 생활이 크게 무너지지 않고 매일매일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무리하게 잠을 줄일 탓에 주말 마다 뻗어버렸지만. 이런 탓에 주말에 도전하기로 맘 먹었던 학업 외 활동들에 주의를 기울일 수 없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무척 후회된다.


5월

 4월에 결국 퇴사를 하고 중간고사까지 끝나니 긴장이 풀린 탓일까? 5월에 들어서 많이 나태한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5월 중순에는 한 번도 인증을 못한 주간도 있었다. 처음에는 그래도 의욕 넘치게 시작했는데 마지막에 들어서 이런 모습이라니… 용두사미가 따로 없었다.

이런 생각 때문에 침울해 있다가 그래도 할 수 있다면 하루라도 제대로 하자고 결심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제대로 못한 하루하루 때문에 오늘과 내일의 하루마저 놓쳐버린다면 억울하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이쯤되니 얼마전까지 단톡방에 올라오는 동료들의 인증을 보며 은근한 경쟁심을 불태우던 마음 따위야 어찌되든 좋을 바였다. 마치 이미 꼴찌가 확정된 마라톤 선수가 완주를 목표로 달리는 심정이라고 해야 할까?

근데 또 그런 심정이라도 일단 하루를 제대로 인증하고 시작하는 날이면, 퍽 괜찮은 하루가 시작되었다. 아침에 작지만 계획대로 시작했다는 마음 때문인지를 몰라도 그 다음 루틴인 아침 운동으로 이어지고, 그 다음 계획인 학교 일정도, 그리고 저녁 스케쥴까지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것이었다.


마무리 & 느낀점

예전에 미국 사관학교의 학교장을 역임했던 장군이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이 떠오른다. “당신이 하루를 제대로 살고 싶다면 당장 이불부터 제대로 개라.” 나에게는 이번 해빗 클럽의 도전이 그 이불 개는 일과 마찬가지가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하루를 제대로 시작하기 위해서, 하루라는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일이 아침에 일어나서 인증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사람들도 있지만, 자기 인생을 충실히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대체로 외적인 모습에서도 티가 나기 마련이다. 인생을 퍼즐 조각에 비유한다면 전체 조각을 잘 맞추는 사람은 한 조각을 제자리에 제대로 찾아서 둘 줄 알고, 한 조각을 제대로 찾는 사람들이 대체로 전체 조각도 성실하게 맞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빗클럽의 아침 7시 기상 인증 도전은 간단한 한 조각 맞추기 였지만 이것을 말미암아 내 하루, 내 일주일, 내 1년 나아가 인생 전반의 질서를 자리 잡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다른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단 무엇이든 작은 일부터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아쉬웠다. 5월까지 제대로 도전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면 더 뿌듯한 결과와 뿌듯한 마음일텐데. 다음 회차의 도전 기회가 생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기회가 생긴다면 다음에는 더 나은 결과(기왕이면 무결한 결과)를 놓고 도전하겠다 마음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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