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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나의 어린 시절 테디베어_독서하기 후기


많은 사람들은 어린 시절 자신만의 애착 인형, 애착 이불 등 한 가지 물건에 애착을 두고 그것에 집착을 보이곤 한다. 가령, 애착 이불 없이는 잠을 잘 자지 못한다거나 같은 모양의 인형이라도 특정 인형만을 빨지 못하게 하는 등 말이다. 그 중에서도 애착 물건으로 대표되는 것들 중 하나는 곰인형이다. 그룹 스테이시의 노래 ‘Teddy Bear’의 가사를 보면 복잡하고 힘든 세상 속에서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테디베어가 있다면 그 자체로 위로 받을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편안하고 안정감을 주는 것’ 인 애착 인형이 어린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하게 느껴질지 추론할 수 있다.


어린 시절 나만의 테디베어는 파란색의 어린이용 해부학 책이었다. 나는 13인치 노트북을 180도로 폈을 때 크기 정도의 이 책을 항상 들고 다녔으며, 집에 오는 모든 어른에게 이 책을 읽어 줄 것을 요구하곤 했다. 글을 읽지 못하는 시절부터 애착 물건으로 책을 선택했던 나는 스스로 글을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도 책 읽기를 즐겼다. 초등학교 시절 매 방학마다 동네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독서캠프에 참여했으며, 독서캠프 후에는 도서관 문을 닫는 시간까지 도서관에 있다 오기도 했다. 주말에 어딘가 나가고 싶으면 엄마에게 같이 서점에 가자고 한 것도 여러 번이다. 나에게 책이 있는 공간은 그야말로 놀이터였던 셈이다.


이런 내에게 중학교에 진학 이후로 ‘독서’와 ‘책’의 의미가 많이 달라졌다. 언제나 원해서 자발적으로 읽던 책은 더 이상의 나의 장난감이 아니게 되었다. 이는 책이 아니더라도 휴대폰을 비롯한 각종 놀거리가 많아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중학교부터는 내가 읽은 책의 목록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한다. 그리고 이는 이후 고등학교 진학 및 대학교 진학에 있어 평가 요소로 작용했다. 결국 내가 어떤 책을 읽는지는 나를 평가하는 하나의 요소가 된 것이다. 책이 평가 요소가 된 그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독서를 즐기지 않는다. 생활기록부 기재에 대한 압박감이 있었기에 꾸준히 독서를 하긴 했지만, 나의 독서 목록은 필독서 및 권장도서로 가득했다. 그리고 이러한 책 선택권에 대한 박탈은 독서가 더 재미없어지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순환이 반복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독서는 나에게 의무감에 의해 행하는 것이 되었고, 이 의무감에서 벗어난 작년에 나는 수업과 과제를 위한 작품을 제외하고는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 나에게 안정감을 줬던 나만의 소중한 테디베어가 이제는 나를 잡아먹으려 하는 셈이다. 그러나 올해 나는 ‘해빗클럽’을 통해 다시 책 읽기를 시작했다. 여전히 독서라는 행위는 나에게 있어 일종의 의무로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성장 동력으로서 독서를 선택하고 이를 꾸준히 행하고자 했다.

의무로만 느껴지는 것을 아무런 보상이나 동기없이 자발적으로 행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독서라는 행위는 생각으로만 머무르고 실천적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해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오픈채팅을 통한 인증이라는 약간의 강제성은 생각이 실천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었다.


매일 해야 하는 인증은 독서라는 행위를 나의 삶의 루틴에 포함시키게 했고, 나는 매일 점심 식사 후 다음 수업을 가기 전 12시-2시 사이의 시간을 통해 그날 읽을 분량을 정하고 책을 읽었다. 그 시간 동안 정한 분량을 다 읽지 못하는 일도 꽤나 많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읽을 분량을 정하고 일부분을 읽는 행위는 나에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 그 행위를 끝낼 수 동력을 주었다.


인증을 진행하는 중간, 중간 꽤나 많은 고비가 있었다. 매일 책을 읽던 그 시간이 피치 못 할 일정이 생기기도 하고, 정말 책을 읽기 싫은 날도 있었다. 그러나 다른 크루 원들의 인증과 연구원분이 전해주시는 희망연구소로부터의 응원 메시지는 이 것이 나 혼자 하는 일이 아님을 상기시키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었다.


마침내 나를 잡아먹으려던 나의 테디베어는 나에게 새로운 습관을 취미를 만들어 주었다. 나는 이제 학교에 등교하는 날 점심시간에는 책을 읽고, 2주에 한 번 주말을 이용해 서점에 간다. 주말에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산책 겸 서점으로 향하며, 다음 책을 고민하는 일은 나의 삶에 있어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되었다.


나는 책을 읽지 않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불안감에 못 이겨 책을 읽기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독서의 동기로 의무감이 많은 부분 차지한다. 그러나 언젠가는 독서가 어린시절처럼 다시 나의 소중한 테디베어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이 해빗클럽에서의 활동이 그 여정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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